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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Yi Jeongheah





dozamm / 2020
Yi Jeongheah, photo by collectivepermanent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잠의 디자이너 이정혜 입니다. 저는 1996년부터 18년간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기업이나 대형 미술 전시의 디자인 정책을 만들고 여러가지 미디어를 종합적으로 제작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했습니다. 그 후 4년간은 공예 플랫폼을 만들어 소규모 생산자를 홍보하고 물건을 판매하는 일을 했고, 지금은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 5년째 도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신 대표님께서 가구를 만들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엔 공업디자인을 배우면 가구나 그릇과 같은 생활용품을 만드는 줄 알고 전공을 선택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는 주로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저는 가정적인 물건들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정서가 맞지 않아 힘들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소규모로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한 시각디자인 영역에서 일을 시작하는 편이 제 성격에 맞겠다 싶어서 전공을 바꿨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20년이 더 지나서야 오랜 꿈을 이루어 가게 되었는데요, 돌아보면 사실은 제가 지금까지 겪었던 여러 분야의 일들이 현재의 도잠에 모두 자양분이 되었다 싶습니다. 


도잠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와 추구하는 바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기회가 충분치 않았습니다. 혼자서 전통 짜맞춤도 배우러 다니고, OEM으로 가구를 만들어 전시와 판매, 납품도 해 봤습니다만, 산업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순환의 구조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아무리 해도 취미활동을 넘어서지 못했지요. 공예가를 위한 홍보-판매의 플랫폼을 만들어 소규모 생산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 즉 사회적 인프라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론 수월치 않았습니다. 근본적으로 ‘공예의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직접 가구를 생산하는 공정을 연구하고 개발하면서 하나씩 문제를 찾고 해결해 나갔습니다.
도잠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기술을 갖추게 되었고, 저는 현대인들의 숙명이 된 ‘작은 집에서의 주거’를 도울 수 있는 제품들을 디자인 하고 있습니다. 아주 얇지만 견고한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동일한 부피 대비 공간을 절약하고 많은 양을 수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주 얇고 견고한 소재를 사용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합판을 사용하시는 이유에 대하여 설명해주세요 출발점은 문화재 재단의 2016년 무형문화재이수자 디자인지원프로젝트에서 소목장 선생님께 디자인해 드린 <OLIDA 모듈러 테이블 세트> 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제작할 수 있는 전통 방식으로 설계를 했는데요, 정말 좋은 목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무척 가격이 높았습니다. 최고의 재료와 최고의 기술로 아주 가치 있는 물건이 만들어졌지만, 실생활로 이어지기 어려웠습니다.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한 이동식 가구라는 개념으로 접근한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저는 OLIDA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아름다움에 있는 재료를 찾아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합판 외에도 집성목이나 컬러 MDF 등도 시도해 보았고, 합판들도 아주 많은 종류를 다양하게 써 보았습니다. 나무마다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만들어 봐야만 결과를 알 수 있었는데요, 현재 사용하는 합판을 만나자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요. 특별한 장점을 골고루 갖춘 소재였습니다. 기이할 정도로 얇으면서도 단단하고, 결은 자연스럽고 예뻤습니다. 다만 가공이 아주 어려운 강재였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처음에는 애를 먹었습니다. 반드시 정복하겠다는 생각으로 개발 과정을 다듬어 나갔고, 지금은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는 해결책을 갖고 있습니다.


도잠의 뒤를 이어 타 브랜드에서도 합판 가구를 많이 생산하고 있는데요, 도잠의 가구에는 분명 타 브랜드의 합판 가구와는 차별화된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발 주자가 따라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제품 퀄리티에서 너무나 차이가 납니다. 저희는 모서리를 정성스럽게 다듬어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재료를 준비하고, 짜맞춤으로 단단하게 구조를 연결해서 아주 견고합니다. 방수 기능도 탁월해서 아외에서 아주 오랜 시간 눈, 비를 맞히지 않는 이상 표면이 갈라지지 않습니다. 테이블의 경우 오히려 사용할수록 표면이 강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 써보신 분들이 팬이 되고, 실제로 재구매율이 매우 높습니다. 단골이 되는 거지요. 직접 디자인하고, 정말 잘 만듭니다. 그래서 자신감이 있습니다


도잠 제품을 만드는 작업자가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진 이유가 있을까요? 여성성을 브랜드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물건에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옮겨 가죠. 저는 도잠의 가구들을 설계하면서 여성의 아름다움, 풍만한 신체, 부드러움과 힘의 조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걸 유지하고 싶었어요. 사실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초기에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구성을 생각해서 기존 재료보다 두꺼운 합판을 썼는데, 통나무를 엮은 것만큼 무거워져 여성의 힘으로는 들 수가 없었거든요. 심각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여성 공동체를 유지하는가, 아니면 남성들의 도움을 빌려야 하는가. 그리고 그 때 완전히 결정을 내렸어요. 아주 얇은 합판으로도 단단하게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디자인을 더 연구해서, 견고함과 이동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보자고요. 그렇게 되면 주 사용자인 여성들도 자기 공간의 구조를 편안하게 바꿀 수 있을테니, 가구는 무겁고 움직이지 못한다는 편견도 깨부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이렇게 여성이라는 조건을 제약이 아니라 정체성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도잠의 특별한 방향성이 만들어 졌습니다.

도잠의 담백하고 분명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디자인 정책과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위에서 뿌리는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아주 단순한 구조,
1.좋은 제품을 만든다
2.그 제품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에 가져다 둔다
3.사용자들이 궁금해서 직접 정보를 찾고, 입소문을 낸다
4.팔린 만큼 열심히 만드는 데만 집중해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한다

이렇게 제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것으로 제한했습니다. 제조업의 핵심인 ‘좋은 상품 만들기’에만 집중한 것이지요. 이렇게 몇 년 시간이 흐르자 어느 정도 든든한 지지자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극소수 얼리어답터였던 사용자 층이 두터워지고 있고요. 그래서 저희가 만든 가구를 보여주고 직접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쇼룸 공간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아직은 아주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회사는 여전히 제품을 잘 만들어서 약속 시간에 맞게 물건을 보내는 데 집중하고 있지요. 브랜드 관리 또한 기본을 잘 해내는 데에서 출발하려고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님이 도잠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설령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 분이라 하더라도 저희를 좋아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늘 최선을 다해 응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유지의 핵심은 ‘사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가구 시장 속 경쟁 구도와 양상에 대해 디자이너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가구 제조를 시작한 지 아직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은 데다가 저희는 아주 소규모라서 전체 가구 시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재료와 기술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합판의 등장은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수공업적으로 나무를 깎아서 만드는 가구 제조 방식이 패퇴하게 된 원인은 80 년대 말 등장한 MDF 입니다. 가구를 만드는 일이 더 이상 목수의 일이 아니라, 수치를 다루는 디자이너와 대량생산 기계의 일이 되었죠. 전 과정이 자동화됐습니다. 주방 싱크와 오피스 가구들이 급격하게 현대적인 이미지로 대체되었고, 이런 배경에서 성장한 회사들이 현재의 거대 가구 업체들입니다. 이제 가구를 만드는 일에 사람의 손맛이 끼어들 틈은 없어졌고, 장인들도 대다수 사라졌습니다.
합판 또한 MDF 에 밀려서 역할이 사라졌던 소재 중 하나입니다. 오히려 옛날 집에는 합판으로 만든 문짝이나 벽면이 남아있는 곳들이 있지요. 그런데 합판은 MDF 에 비하면 아주 까다로운 면이 있습니다. 완전한 표준화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똑 같은 두께, 똑 같은 표면, 똑 같은 무늬를 낼 수 없습니다. MDF 는 습기에 약하고 강도가 떨어져 잘 부서지기 때문에 표면에 플라스틱 필름을 붙여서 보완하게 되는데, 누구나 사진과 완벽히 똑 같은 제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합판이 MDF 의 경제적 효율성을 이기는 건 불가능합니다.
도잠과 같은 방식으로 가구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이유는, 결국 합판으로 짜맞춤을 완벽하게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재료를 일일이 파악하는 섬세함과 정성스럽게 만드는 사람의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주아주 작은 가구 회사이지만, 도잠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디자이너님의 취미가 궁금합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주 활발하게 문화생활을 즐겼습니다만, 지금은 일과 육아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칼퇴근을 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저 자신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데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이것도 언젠가는 지나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속된 현재를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추후 도잠의 방향성이나 목표가 있다면? ‘작은 집’을 중심에 두고 종합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주 빠르게 적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도잠을 찾아오는 분들을 기억하고, 대화할 수 있는 여유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준비하고 즐겁게 콘텐츠를 준비하는 지금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점차 풍부한 영역으로 확장해 가려는 계획입니다. 사람의 속도로 발전을 지속하는 것, 그것이 언제까지나 도잠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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